이번 서평은 <우리는 서로를 모르고>
독립서점을 구경하다가 발견한 책으로
미리 조금 읽어보았다가 내 감성이랑 맞는 것 같아
조금 충동적으로 구입했던 책이다
사놓고 존재를 잊고 있었는지
책을 두르고 있는 책 띠가 그대로 있다...
아직도 집에 사 놓고 안 읽은 책들이 많은데
부지런히 읽어야겠다
다른 책들보다 상당히 간단한 작가 소개
<우리는 서로를 모르고> 말고도
산문집, 메모집 등등 여러 책들을 냈다
1부 <기억으로부터> 는
작가가 경험했던 추억 위주의 이야기로 이루어졌다
어릴 적 아버지와 목욕탕을 간 이야기,
미술관에 간 이야기 등
과거 기억들을 꺼내며 소소한 행복이나
일상에서 느꼈던 점들을 이야기한다
2부 <마음으로부터> 는
인간관계나 연애에 대한
작가의 다양한 경험이나 생각들을 늘어놓는데
작가의 성격이 괜히 나랑 비슷한 것 같아서
몰입이 더 잘 되고 공감도 많이 갔다
내 예전 기억들도 새록새록 떠오르고..
3부 <생업으로부터> 는
승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작가의 이야기다
3부는 사실 승무원 이야기가 많아서
몰입이 안 되어서 빨리 넘겨읽었지만
1, 2부는 진짜 재미있게 읽었고,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을 몇 장 찍어두었다
이건 1부 '고흐를 읽는 밤'의
반 고흐 미술관에 간 작가의 이야기인데
한국에서 예매를 한 후 몇 권의 책들과 영상들로
설레는 마음을 다잡으며 고대할 정도로
미술관 방문을 기다려왔다고 한다
나도 고흐의 작품들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고흐의 작품들을 실물로 봤다니 너무 부러웠다...
고흐가 남긴 수많은 그림들과 편지들,
그리고 그것을 오랜 시절 소중하게 간직해준 사람들과,
늦게나마 고흐의 천재성과 그의 삶을 찬미하기 시작한 사람들의 흔적들이
미술관 곳곳에 전시되어 있었다.
고흐는 그가 숨을 거둔 이후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난 뒤 비로소
가장 대중적이고 사랑받는 화가가 되었지만
그가 겪은 삶은 기형적인 정신 상태에서 비롯한 고통 그 자체였고,
그가 남긴 작품들은 광기의 예술이라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살아 있을 당시에도 사람들로부터 정신병자라는 낙인이 찍힌 채로 살았던
고흐의 삶이 죽음 직전까지 타오를 수 있었던 건 따뜻한 시선과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따뜻한 사람 곁에 있으면 온기가 전해지기 마련이듯,
그가 남긴 작품들에서도 가려진 온기가 느껴지는 것만 같다.
위와 같은 점에서 고흐의 그림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리고 고흐 작품의 아름다움을 더 강렬하게 느낄 수 있는
영화 <러빙 빈센트>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고흐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정말 꼭 봐야 하는 영화이다
친구랑 같이 영화관으로 보러 갔을 때
영화가 끝나갈 때쯤 눈물을 흘렸다가 부끄러워서 얼른 닦고 아무 말 안 했는데
나중에 친구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친구도 영화가 끝날 때 몰래 울었다고 한다 ㅋㅋㅋㅋ
그만큼 정말 아름답고 감동적인 영화이다
사람들은 고흐의 삶이 고통으로 얼룩진 비극이었다고 말하지만,
과연 고흐 자신도 짧았지만 누구보다 강렬하게 타올랐던 자신의 삶을,
단지 비극이었다며 머리를 감싼 채 절망의 표정을 지을까.
뒤돌아보는 고흐의 저 깊은 침묵의 눈빛에 담긴 의미를 읽을 수 있다면,
바로 그때가 된다면, 나는 그 대답에 조금이나마 가까워질 수 있을까.
그리고 요즘 차가워진 나의 감성을 따뜻하게 해 주는
훈훈한 사랑 이야기도 있었다
카페 여직원을 짝사랑하는 듯한 남자의 모습을
캐치한 작가의 참견 욕구(?)가 괜히 귀여웠다 ㅋㅋㅋ
근데 확실히 이런 짝사랑은
당사자는 티를 안 낸다고 하는데도
주변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은 다 티가 나기 마련이다..
작가는 남자를 지켜보면서
'조금만 용기를 내서 아무런 말이라도 걸면 될 것을!
첫눈에 반한 사람을 앞에 두고 뭘 그렇게 망설이는 거야'라고 생각하면서도
자신의 과거를 돌이켜보며 괜히 부끄러워하기도 한다 ㅋㅋㅋ
결과가 어땠건지 간에 그렇게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은
정말 설레고 따뜻한 경험이다
난... 언제 마지막으로 가슴 떨리는 사랑을 해 본 건지.. 까마득하다 ㅠ
그리고 사람들이 많이 저지르는 과오(?)에 대한 것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글
'이별에 중독된 사람들'에 대한 글이다
이별에 중독된 사람들은 자신에게 찾아온 행복을 의심한다.
'나는 분명 이쯤 되면 권태를 느끼고 이별을 해왔던 사람인데
지금이 바로 그때가 아닐까.
이별을 하고 또 시간을 견뎌내면 또 다른 사람과의
사랑이 시작될 수 있을 것만 같은데 내가 계속 이곳에
이 사람과 있어도 되는 걸까.
우리는 분명 서로를 사랑한다고 믿지만 어쩐지
나는 행복과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인 것 같고,
왠지 나는 여기서 다시 넘어져야 할 것 같은 불안이 엄습한다.
이것이 좀처럼 만날 수 없는 귀한 사랑과 행복인 걸 알면서도
마치 연어가 귀소본능으로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듯
굳이 안정적인 사랑을 거슬러 올라가
이별이라는 알을 낳고 쓰러져 버린다.
나도 예전에 이런 적이 있었나 싶고
뭔가 옛사랑 기억들을 돌아보게 되는 이야기였다
음.... 나는 이별에 중독되었다기보다는
나의 성향과는 너무나 다른 상대방의 행동을 보면
'이 사람과 함께 해도 괜찮은 걸까' 싶고
헤어짐을 쉽게 생각하게 되긴 한다
물론 좋지 않은 행동을 하면 헤어져야 하겠지만
상식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나와 다르다는 점 때문에
쉽게 이별을 생각해서는 안 되겠다...라는 작은 반성을 하게 된다
그리고 요즘 다육이를 키우는 나에게
공감을 주었던 이야기 '식물과의 대화'
동물은커녕 사람과의 대화도 별로 내키지 않아 하던 작가에게,
식물과 대화하는 방법을 알게 된 이야기이다
우연히 식물을 맡아 키우게 생긴 작가는
집을 자주 비우는 편이기에
무언가 나의 보살핌을 반드시 필요로 하는 존재가
생긴 것 같은 느낌에 약간의 부담이 생겼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집을 비우기 전 항상 꽃병에 담긴
물의 양을 확인했고, 물을 마지막으로 준 날짜를 메모해뒀고,
혹시라도 분무기로 물이 닿지 않는 곳이 있을까 봐
꽃병을 이리저리 돌리며 곳곳을 촉촉하게 적셔주었다.
그리고 나는 살아오면서 처음으로 식물에게 안부의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이제는 뭔가 반드시 내가 주기적으로 돌봐야만
식물이 계속 바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일종의 책임감이 생긴 것만 같다
식물의 언어는 사람의 언어와는 달리 목소리나 행동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보살핌에 따라 천천히, 하지만 분명하게 자신의 모습을 변화한다.
어쩌면 애초부터 언어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욱 세심하게 관심을 주고, 변화를 오랫동안 기다릴 줄도 아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어째서 애초부터 언어가 당연히 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사람의 대화는 자꾸만 벽에 부딪히게 되는 걸까.
무슨 일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좀처럼
세심하게 관심을 주지도 않고, 기다림보단 조급함에 훨씬 익숙해진 우리의 모습이
식물과의 그것과는 자연스레 비교가 된다.
친구로부터 식물의 언어를 배우게 되면서
나는 오히려 인간의 언어를 더 많이 돌이켜 보는 것 같다.
혹시나 우리가 어떻게 보살펴도 식물은 언젠가 분명 죽을 것이고,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우리의 인연은 영원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나는 동물이나 식물과 대화하는 법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마음이 있다면 대화법 이상을 얻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할머니가 살아계셨을 때 수많은 식물들을 키우시며
종종 식물들에게 말을 거시고는 하셨는데,
할머니의 마음이 작가와 비슷했던 것 같다.
나의 경우에는 요즘 다육이를 키우고 있는데,
대화는 시도해보지 못했지만...
다육이를 일단 덜컥 데려온 다음에
그제야 다육이에 대한 정보를 천천히 찾아보았다
그리고는 충격을 먹었다...
장마철에 다육이에게 하면 안 되는 행동을
내가 그대로 다육이들에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ㅠㅠ
나는 엄청난 충격을 먹고 다시 제대로 다육이들을 키우기 시작했다
미안하기도 하고... 내가 잘 돌보지 못했는데도
예쁘게 잘 살아있는 다육이들에게 고맙기도 했다
생각보다 식물이 우리에게 주는 감동은 정말 크다
그리고 요즘 나도 기록에 열중하고 있어서
관심 가는 주제이기에 유심히 읽은 '기록하는 일'
나는 그냥 내가 읽었던 책,
내가 했던 활동, 하루의 일상 등을 정리하는 것이
뿌듯하고 재밌어서 하는 것이지만,
작가는 기록에 대해서 조금 강박이 있어 보였다
아무것도 기록하지 않은 채로 일주일이 흘러갔다.
이렇게 말하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나는 기록하지 않은 일상은 영원히 증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흐르는 대로 살아가는 일상이 낭비라고까지 생각하는 강박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나는 현실과 일상에 너무도 정확하게 정박하는 것을 경계하고 싶다.
가끔씩 무수한 지난날들의 기록들을 들춰본다.
자신이 기록한 것들을 다시 마주하는 것에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그때마다 깨닫는다.
숱한 모순과 검열의 흔적들, 부끄럽고 청승맞은 감성의 찌꺼기들,
그리고 세상에 나오지 못한 무용한 습작들.
그럼에도, 기록의 형태와 깊이는 세월처럼 날마다 변하기에
나는 기록하지 않는 날들이 많아진다 하여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으려고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언제든 마음의 준비가 되면
나는 나만의 개성으로 기록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나 자신을 믿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 달을, 그리고 일 년을 기록하지 않으며 살더라도
어느 순간 마음을 다잡으면 그 기록하지 못한 세월을
한꺼번에 보상받으려는 듯이 전부 쏟아부을 수 있다는 굳건한 믿음 말이다.
나는 여전히 내면을 유유히 산책하며,
그것에서 비롯된 마음과 감정을 파문을
담담하게 기록해 나가는 영락없는 기록자인 것이다.
꾸준하게 기록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지만
강박은 정말 소모적이다.. 기록하는 재미를 오히려 없어지게 만들고
의무적으로 하게 만들면서 결국은 지쳐서
포기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괜히 나만 내적 친밀감을 쌓는 걸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의 작가와 나는 닮은 점이 많아 보였고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 듯한 산문도 꽤 많았다
그리고 내 생각과는 다르지만 오히려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게 해 주는 글도 있었고...
서점에서 사다 놓고 잊고 있었던 책인데
발견하고 펼쳐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감성적인 책이었다
'Interest'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이소 자수 세트 장미꽃 리스 / 십자수 DIY (0) | 2021.07.22 |
---|---|
독서, 집이 깨끗해졌어요! ~내 인생의 반전 정리 수납 성공기~ - 와타나베 폰 (2) | 2021.07.21 |
다이소 해바라기 보석 십자수 DIY 세트 (0) | 2021.07.14 |
독서, 자존가들 - 김지수 인터뷰집 (0) | 2021.07.11 |
독서, 사회성이 고민입니다 - 장대익 (0) | 2021.07.08 |
댓글